-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고혈압이 생기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절반이 당뇨병을 겪고 있고, 당뇨병 환자 중 60~70%가 고혈압 환자다.
당뇨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이 큰데 이것이 교감신경계를 강하게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량도 증가시켜 혈압을 높인다.
반대로 고혈압이 있는 사람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고혈압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이 역시 혈당을 상승시켜 당뇨병을 일으킨다.
결국 고지방·고염분식·운동부족·흡연을 하는 사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발병 시기가 다를 뿐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함께 있으면 사망률이 더 높은가.
“그렇다.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 혈관 파괴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심장 주변 큰 혈관부터 망가지기 시작해 발과 손·눈 등의 미세혈관을 파괴시켜 각종 합병증을 일으킨다.
신장이 망가지고 발을 자르거나 실명하게 되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으로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원래 고혈압 치료 기준 혈압은 140~90㎜Hg이지만 당뇨병이 같이 있으면 130~80㎜Hg를 기준으로 삼아 치료해야 한다.”
-약의 선택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성분이 하나로 된 약이 좋은가, 각각 따로 먹는 게 좋은가.
“기존 혈압 약은 혈관을 직접 확장시키는 성분,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성분, 이뇨작용을 하는 성분 등 메커니즘이 다양하다. 따라서 약을 따로 먹어야 했다.
최근에는 이런 여러 성분을 한 알로 복용할 수 있는 복합제가 출시됐다. 효능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단 약물을 여러 개 먹어야 하는 부담을 줄여 환자가 약을 먹는 데 지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작용 성분 각각의 용량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약은 가능한 한 나중에 먹는 게 낫나.
“최근 당뇨병 초기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처음부터 약을 적극적으로 복용했을 때 췌장에 아직 남아 있는 인슐린 분비 기능을 활성화시켜
당뇨병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또 심근경색·뇌졸중·뇌혈관질환 등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도 줄여준다고 한다.
혈압은 기준선을 넘지 않으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치료가 우선이지만 기준선을 넘으면
높은 혈압이 혈관을 망가뜨려 합병증이 심각해지므로 반드시 약물 복용과 함께 식사요법을 해야 한다.”
-합병증이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나.
“병이 진행돼서야 합병증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당뇨병 진단을 처음 받은 사람의 50% 이상에서 이미 한 가지 이상 합병증이 있다.
당뇨병이든 당뇨병 바로 전 단계든 높은 혈당이 흐르면서 혈관을 손상시키므로 진단 초기부터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당뇨병 환자도 관리를 엉망으로 하면 몇 개월 만에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초기에도 갑자기 큰 혈관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오면 혈관을 막아 급사할 수 있다.
당뇨병이든 고혈압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한다. 한 순간 방심이 바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을 먹으면 성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나.
“사실이 아니다. 몇십 년 전에는 고혈압 약의 질이 좋지 않아 부작용이 다소 보고됐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약물은 그런 부작용이 없다. 심리적 위축이 원인이다.
오히려 약을 먹지 않았을 때 혈관이 파손돼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