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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제를 고려하는 모든 이를 위한 필수 사항>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이후 국내 많은 줄기세포 연구가 성체줄기세포쪽으로 기울었고 (당연히 정부연구비지원이 그쪽으로 몰렸으니까)
지금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치료제 또한 성체줄기세포로 집중되어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에서 추출이 가능하고 그 부위는 계속 더 다양해지고 있다.
최초 1976년에 발견된 후 가장 많이 연구된 줄기세포 중 하나인 골수에서 추출한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 (Bone marrow derived mesenchymal stem cells), 더 후에 나온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엄밀하게 따지면 SVF - stromal vascular fraction이라고 지방조직속 혈관에서 나온 세포이다),
제대혈유대 중간엽줄기세포(탯줄의 핏속에서 추출)를 비롯하여 비교적 최근에는 빠진 유치(애들 이빨)안에서, 인대나 건 속에서, 피부에서 등 성체줄기세포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럼 이렇게 다양한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를 왜 다 중간엽줄기세포라고 부르는가? 이 세포들을 체외에서 키워서 잘조절된 생화학적 자극을 주니까 사람의 배아단계에서 중간엽이 만드는 조직들(뼈, 연골, 근육, 인대 등)을 이루는 세포들로 분화가 되기 때문이다.
뭔가 대단한 과학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여기에 몇가지 함정이 있다.
1. 성체줄기세포는 잡종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Heterogeneous(‘잡다한’이 가장 가까운 번역)인데 하나의 세포에서 동일한 수백만으로 증식이 가능한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지금까지 나온 모든 성체줄기세포는 잡종, 즉 다양한 여러가지의 세포가 섞여있는 군집이라는 것이다.
최대한 순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Surface Marker(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표식같은 것)을 이용해 골라내지만 (sorting이라 부른다), 지금껏 많은 표식들(Stro-1, CD34-, CD70, CD90, CD105, CD146 등등)을 이용해 걸러내봤으나 아직 100%의 순도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자가증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순수한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해서 키워서는 많은 양의 세포를 얻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키우면(4세대 정도의 계대배양) 세포의 활성 상태가 쇠진이 되어서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조금씩 다른 세포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들의 군집이 하는 일 또한 그때 그때 다르고 획일화된 어떤 일을 시키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2. 섬세한 분화조절이 필요하다.
실험실 환경에서 줄기세포를 분화시키킬 때에는 여러가지 성분들을 세포배양액에 넣어줘야한다. 넣어줘야하는 성분들의 농도들이 µ 마이크로 (10-6) 레벨이다. 특히 연골세포로의 분화에 필수적인 요소인 TGFβ라는 성장인자는 밀리리터(ml) 당 10 ng의 농도로 넣어준다. 그렇다 나노그램, 즉 10-9 gram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TGFβ가 1 ng/mL일 때는 연골세포를 만드는 대신에 줄기세포가 뼈 세포로 분화하는것을 방지시키는 효과가 있고5 ng/mL일때는 동일한 줄기세포를 피부에 흉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myofibroblast(한글 번역을 못찾겠다)라는 세포로 분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몇 나노그램의 차이가 같은 줄기세포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미분화 상태로 몸에, 그것도 병이나 문제가 있어서 어떤 생화화적 상태인지 잘알지도 못하는 부위에 집어넣고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웃긴일이다. 예를들면 척수 마비 환자의 척수에 줄기세포 이식 후에 뇌척수신경세포가 자라지 않고 이나 뼈가 자라는 바람에 종양으로 진전된 경우.
3. 체내 주입시 정확한 기능과 기전이 밝혀져있지 않다.
줄기세포는 단순하게 몇가지 다른 세포들로 분화하는 것 외에도 아주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어떤 실험결과에서는 암세포의 전이를 돕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논문의 결과에선 암세포를 억제하기 하고, 엄청난 양의 혈관이 생겨나게 하기도하며,
특정 물질을 분비해서 체내의 다른 세포를 불러오기도 하고, 염증반응이 더 많아지게 하거나 등등 수로 다 세기도 벅찰정도의 다양한 결과들이 보고되고있다.
각각의 실험환경, 체외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양되었는가, 주입되는 방식, 함께 넣는 다른 물질의 유무, 주입하는 부위의 물리적/화학적 상태 등등이 이 세포들이 어떤일을 할지 결정하는 요인들이 되고 따라서 매우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줄기세포를 추출한 사람의 나이나 건강상태, 유전적 요인들도 이 세포의 활동에 다 영향을 준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성체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이라는 말을 거의 처음 써서 널리 보급한 케이스웨스턴대(Case Western University) 생명학과의 Arnold Caplan 교수가 자신이 30년 전에 이름 붙인 이 MSC를 최근 들어서 Medicinal Signaling Cell라고 바꿔 불러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이 세포가 몸에 들어갔을 때 특정 세포로 분화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서 여러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4. 따라서 미분화 줄기세포를 마냥 주입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접근방법이다. 위에서 서술한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볼 때, 이 줄기세포라는 애들을 키워서 몸에 그냥 마냥 집어넣고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뭐가 자라길 바란다는 것은 줄기세포에 대해 부풀려 상상의 나래를 더해 포장한 말들에 현혹이 된 초보들이나 할 법한 접근방식이 되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부위는 다 같을지라도 각 환자마다 추출 부위의 상태가 다르고 따라서 그 줄기세포의 상태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제대혈줄기세포 같은 경우엔 산모와 아기에게 세포 추출당시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또한 이 줄기세포가 안고 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국립제대혈프로그램(National Cord Blood Program)에서는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At present, it is also not possible to test for all of these rare diseases. Thus, there is a chance that a cord blood transplant may transmit to a patient a rare serious genetic disease that was not recognized beforehand.”
“현재론 이런 희귀한 유전질환을 찾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제대혈 이식을 받을 경우 그러한 희귀병이 이식받은 사람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
출처 http://www.nationalcordbloodprogram.org/qa/how_is_it_collected.html 그리고 더 나아가 병이나 문제가 있는 부위의 생화학적 상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계속 다루었던 관절염을 예를 들면, 무릎 관절 안에서 항시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있고 물리적인 손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중이라 그 곳 상태가 말이 아니다.
사실 무릎의 관절막(synovium)에도 중간엽줄기세포가 있는데 이 줄기세포는 관절염이 생기면 관절액안으로 유입된다. 따라서 관절염이 있는 관절액속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줄기세포가 발견되며, 이 관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Synovial MSC)는 현존하는 그 어떤 성체줄기세포보다 연골세포로의 분화능력이 탁월하고 특히 관절염있는 환자에게서 분리할 경우 그 능력이 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연골형성에 성능이 좋은 줄기세포가 그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건 줄기세포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곳의 상태, 즉 병변으로 인한 여러가지 생화학적 환경이 줄기세포가 부서진 연골을 재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관절염이 있는 곳에 체외에서 키운 다른 줄기세포를 그냥 무작정 주사해서 기 관절염이 낫게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단순무식한 믿음일 뿐이라는 것이다. 비단 관절염 뿐 아니라 다른 병변에서도 이 원리는 많은 경우 비슷하게 작용한다.
5. 그렇다면 무엇이 더 효율적인 줄기세포 치료제를 위한 연구방향인가? 지금까지 열거한 이유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원하는 방향의 일을 해주었을 때에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기전(원리)를 밝혀내는 것이다. 원리를 밝혀낸다면 환자마다 다른 환경으로 인한 자극조건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줄기세포 자체를 넣기보다 그 원리에 기반한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샌디에고 소재 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연구팀이 체내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하는 과정을 조절하여 연골을 재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토제닌(kartogenin)이라는 저분자 물질(곧 약으로 쓸수 있다는 뜻)을 발견하여 Science지에 발표했다. 이 물질을 통해 줄기세포를 체내에 넣지 않고 몸속에 있는 줄기세포들을 활성화하여 관절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지금은 CIRM(California Institutes of Regenerative Medicine: 캘리포니아 재생의학협회)으로 부터 총 6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 2단계를 수행중에 있다.
이렇게 세포를 쓰는 대신 줄기세포가 만드는 물질을 약으로 대량생산해서 사용하게되면 환자별 차이에 의한 부작용 범위도 줄일 수 있고 부작용 조절도 더 용이해지기 때문에 관리 당국으로부터 허가도 받기가 더 쉬워지고 여러면에서 상품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세계적인 기술이라는 것이고 진보한 과학업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냥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거의 모든 한국내 기업의 시술법은 현재 과학기술 발전 정도의 근처에는 커녕 10여년 전에 갖고 있던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규제강화를 하면 한국의 줄기세포기술 세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는데 이 카토제닌의 예에서처럼 독보적인 기술, 상품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그것에 투자할 사람이나 단체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요즘은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몸에 주입한 줄기세포를 따라가며 분화를 하는지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지 아님 죽는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지 등등 다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 무작정 분화해서 새조직을 만들어내겠거니 가정하지 말고 잘된 결과가 있으면 나중에 각 환자들에게 안전하게 시술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들어봤겠지만 지난 1월30일, 오바마가 Precision Medicine(개인 맞춤형 의학 혹은 정밀의학)에 2억1천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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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MKiw7yAqqsU
이것이 뭐냐 하니 같은 약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좋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 우리도 잘 알고 있지않냐. 그 이유를 환자별 가지는 유전적 차이의 분석을 통해 알아내고 각 환자별로 맞춤형으로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약을 개발하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일단 100만명 환자를 시작으로 유전정보를 데이타베이스화하고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하더라.
이렇듯 세계의 선진 의료의 추세는 개인별 맞춤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기술이 세계적이 되길 원한다면 그때 그때 사람따라 결과가 다른 무작정식 줄기세포 주입이 아닌 제대로 연구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도 사람이 하는 짓이다 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막무가내 시술을 할려고 할 수도 있고 전문성 떨어지는 짓을 할려고 할수도 있다. 미국에도 그런 돌아이들은 차고 넘쳐서 캐리브안해의 섬에다가 줄기세포 전문 시술 병원을 호화롭게 지어놓고 유람선 태워서 주사맞히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는 FDA라는 조직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서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증명되지 않는 이상 죽은 사람을 다시 깨어나게 했다해도 국내 시판 허가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