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만성요통

까치산하나 2008. 7. 17. 11:41
만성 요통이란 요통이 12주(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많으나 대부분이 6주 이내에 증상이 소실되며, 만성 요통, 즉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전체 요통 환자의 10% 미만이다. 만성 요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을 기준으로 원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서있으면 허리와 다리가 아파요

  이러한 증상은 허리뼈, 관절 및 인대 조직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며, 또한 만성 요통의 가장 흔한 형태이기도 하다. 여기서 퇴행성 변화라는 말은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육체적 변화를 말하는데,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검버섯이 생기듯이 허리뼈와 디스크 등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귀밑부리가 허예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하고 한탄한 두보의 시에서 보듯이 퇴행성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허리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기만 하면 누구나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땡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퇴행성 변화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고, 우리 몸은 이러한 느린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퇴행성 변화와 이에 대한 적응이란 두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퇴행성 변화가 급격히 진행하거나, 이에 대한 우리 몸의 적응력이 떨어지게 되어 양자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퇴행성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의 관절염과 척추관 협착증, 그리고 퇴행성 추간판증 등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뻣뻣하고 아파요

  이러한 증상을 의학적으로 조조강직(早朝剛直)이라고 하며, 강직성 척추염이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아침에 일어날 때는 매우 불편하나 몸을 좀 움직이면 증상이 경감되는 것이 특징인데, 초기에는 다른 소견이 별로 없어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질환이다. 척추 주위의 인대가 뼈에 붙는 부위에 염증성 반응이 일어나 증상이 나타나며, 진행되면 척추가 구부러진 상태에서 굳게 되어 생활이 매우 불편해 질 수 있다.  

 

허리의 특정 부위가 아파요

  등의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으면 뼈의 칼슘이 감소되는 질환(골다공증,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골수종(myeloma) 등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인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진 것 자체로도 통증이 올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척추 골절이 쉽게 발생하여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나는 남들과 달리 누워 있을 때나 밤에 허리가 아파요

  이러한 증상은 흔히 척추에 종양이 있을 때 나타난다. 젊은 나이에는 유골 골종 등 양성 종양이 원인일 수 있으나, 50세가 넘어서 특별히 다친 일도 없이 이런 형태의 요통이 나타났다면 전이암의 가능성을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이암이란 암이 발생 부위(원발 부위)에서 벗어나 다른 부위로 번진 것을 말하는데,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신장암, 폐암 등이 척추뼈로 전이를 잘한다. 척추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대부분은 전이암이며, 일부에서는 원발 부위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뼈로 전이된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열도 나고 몸무게도 줄었어요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할 때는 앞에 설명한 전이암 등을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하나, 열도 나고 몸무게도 줄어든다면 척추의 감염성 질환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척추의 감염에는 일반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척추염과 결핵균에 의한 결핵성 척추염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불이 넘는 나라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직도 결핵의 빈도가 높은 나라이다. 따라서 결핵성 척추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척추 질환 중의 하나인데, 다행인 것은 요즘은 진단도 빨리 되고 치료법도 발전하여 예전과 같이 곱추가 되거나 하지 마비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결핵성 척추염은 감염성 척추염에 비해 뼈가 천천히 파괴되기 때문에 방사선 상 보이는 뼈의 파괴는 심하여도 환자의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필자가 본 환자 중에는 체중이 97Kg에서 63Kg으로 무려 34Kg이 줄어든 후에야 병원을 찾아와, 결핵성 척추염으로 진단되어 수술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결핵성 척추염은 이와 같이 진단도 늦어질 수 있고 환자들이 자기 병의 중한 정도를 과소평가 할 수도 있다. 이 병은 항결핵제로 잘 치료가 되나, 일부의 환자는 결핵약을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하지 않아 치료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감염성 척추염은 요통이 매우 심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조기에 진단이 된다.

 

허리도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두통도 있어요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서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등 여러 과를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아 보아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 의학적인 검사 결과는 정상 범위에 들지만 전신적인 건강상태가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하고 집에서 가사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느라고 제대로 운동할 시간이 없거나 본래부터 운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에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경우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섭생으로 전신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거나 스트레스에 약한 심성을 지닌 사람들도 이런 증상을 호소할 수 있는데, 본인이 말 못할 고민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처음에 진찰을 해보고 위의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 되더라도 다른 중한 원인이 숨어 있는지는 꼭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런 환자를 진료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으므로, 바쁘게 환자를 보다 보면 자칫 선입견에 치우쳐서 중요한 질환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일수록 의사들도 많은 대화를 나누어 줄 필요가 있으며, 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지, 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한지를 잘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위에 설명한 여러 가지 원인 외에도 십이지장 궤양이 있거나 췌장에 문제가 있어서 등이 아플 수도 있고, 여성의 자궁내막염이나 골반내 염증으로도 허리가 아플 수 있다. 대동맥류(aortic aneurysm)도 심한 요통을 유발할 수 있는데, 파열되면 심한 내출혈 때문에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이와 같이 만성 요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는 대동맥류처럼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도 있고, 퇴행성 추간판증처럼 흔하지만 치료 방침이 모호한 질환도 있다. 만성 요통이 있는 분은 치료할 수 있는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우선 판단하여야 하므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만일 중한 질환이 발견되면 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고, 다행히 중한 질환은 없다고 판명되면 허리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된 증상으로 생각하여 꾸준히 허리 강화 운동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더불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찾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순천향  대학 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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