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무제
까치산하나
2009. 11. 5. 18:22
봄이면 화사하게 온 산을 밝히다가
무심한 바람과 함께
허망하게 사라지는 화사한 꽃들
서러워 말지어라 그대들
나 또한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려니
여름이면 온 산하를 푸른 생명으로 덮는 녹음들
그 싱그런 생명도 때가 되면 다하나니
서러워 말지어라 그대들
나 또한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려니
가을이면 봄꽃보다 더 붉고 푸르게
가을을 장식하는 그 푸른 날의 생명들
서러워 말지어라 그대들
나 또한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려니
간 곳 모르게 내리는 눈 속에
만물이 하얗게 평등해지는 겨울
삭막한 그 바람 속에도
내일의 생명은 기다리고 있나니
서러워 말지어라 그대들
나 또한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려니
온 만물이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리니
그것이 우주의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을
이름 없는 뭇 생명들이
이름 없는 시간, 이름 없는 곳을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감으로써
이 거대한 우주의 생명은 비로소 숨을 쉬나니
서러워 말아라 그대들
우리 모두 그렇게 왔다 가나니
허망한 오고감이
알고 보면 찬란한
영원한 생명인 것을
찰나의 삶이
알고 보면 영원인 것을
우리는 찰나로
영원을 살아가나니...
普賢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