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오고 살아 가기

[스크랩] 이야기 1

까치산하나 2008. 7. 3. 09:54

누구에게나 좋은 의사가 될 수는 없지만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진정 도움이 되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의사라면 다들 바라는 희망이겠지요

 

 

예전 이야기 하나 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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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긴 6년의 학창 시절을 마치고

 

의사고시를 통과한 의사라고 나름대로

 

자부심을가지고 출근한 첫날.

 

인턴쉽 프로그램에 따라 배정된

 

근무지로 가니,

 

가장 힘들다는 신생아 중환자실.

 

각종 모니터 기기의 시끄러운 소리가

 

나중에는 자장가처럼 정다웠지만 

 

학생 실습때 보기만 했던거와는 달리,

 

인턴이 특별히 직접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주치의 보다는 덜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판독하고 보고하고

 

처치를 보조하는 진짜 의사(?)로서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학부를 막 마친 상태이니 아는건 오죽 많고,

 

빳빳하게 잘 다린 하얀 가운이 약간은

 

어색했지만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순간이었는데...

 

환자 배정 받고 상태 파악을 위해 차트 들고

 

환자곁에서 리뷰도중 갑자기 울리는 알람 소리..

 

애가 갑자기 경련을 시작하면서 호흡곤란으로

 

파랗게 변하면서 알람이 울린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하애지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않는거예요.

 

힉부에서 달달 외던 경련 응급처치와

 

호흡 곤란에 대한, 의사라면 누군나 다

 

해야할 처치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답답한 순간이었어요..

 

5분만 호흡을 멈추면 뇌손상이

 

영구적일 수 있다는 경고만이

 

머리속을 맴돌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요.

 

옆에서는 달려온 간호사가 처치 오더 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그 순간은 극히 찰라지만 긴박한

 

순간이었고, 급히 달려운 주치의에게

 

굳어 있던 내가 한 말은

 

'애가 숨을 안쉬어요'  한마디만 겨우 했을뿐.

 

행동이 따라 주지를 않았어요.

 

그 순간 난 신생아 중환자실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오후에 담당 치프에게 불려가니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너 의사냐?'

 

일반 사람도 호흡 곤란오면 인공 호흡

 

정도는 할 줄 안다면서...

 

기가 막힌지 더 이상 말씀 안하시더라구요,

 

가서 일하라고..,, 

 

의사로서 첫발을 디딘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진정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가 할 정도로..

 

생명이 꺼져가는 그 긴박한 순간에 갑자기

 

얼어 버리다니..

 

의사들 냉정해요. 아무리 인턴이라도

 

한번의 실수가 용납 안되는 사회이거든요.

 

그 뒤로 이런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았어요.

 

대신 행동이 따르는 실력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 날이 부끄러워서라도,.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내  밑에는 시멘트바닥밖에 없고,

 

눈치 보고 잠자는데는 귀신이요,

 

일하는데는 등신,

 

먹는데는 걸신으로 잘 훈련 되어져 갔답니다.

 

 

 

그 애기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중환자실에서 100일 잔치까지 하고 건강하게

 

잘 퇴원했답니다.

 

그 애기는 9대 독자라는 믿기 어려운

 

아기였습니다.

출처 : doctor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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